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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생크림케이크로 소박한 생일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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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9-2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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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생크림케이크로 나의 소박한 생일파티


어제는 추석 이틀전!!

이 날은 울엄마가 배아파 낳은 딸! 아낙이 태어난 날.

자고로 아낙이 태어난 날이기 때문에

아낙의 생일을 축하하기보다는

울엄마의 박복한 삶을 염려하는 날이었기도 하다.

친할머니의 온갖 구박과 시집살이로

울엄마는 얼마간이라도

산후조리를 하셨을지 모르겠다.

어제는 아낙의 생일이기도 했지만,

하필이면 운수좋은 날도 아닌...

지독히도 재수가 없던 날로 기억할 것이다.

그제부터 이상하게 왼쪽어깨가 쬐끔 아픈 듯 하더니,

어제 아침부터 왼쪽 어깨가 너무나 심한 통증으로

팔을 움직이질 못하겠다는 거.....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란 게

어제까지는 병원이 문을 여는 날이어서 안심!

한번씩 들렸던 신경외과는 9/22~10/3까지 연휴.

낭군's가 아는 지인에게 물어서

터미널 근처 신경외과로 갔더니 어르신들이

병원로비에 꽉! 차서 앉을 때도 없었다.

간신히 낭군's가 진료접수를 하고

우여곡절에 어디어디 의자를 삐집고

들어가 앉게 되었다.


남원 울엄마네 간다고 아침부터 서둘러 일어난게

어제 아침 6시무렵!!

어깨 진통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고는

병원부터 들리려고 부지런히 챙겨나온게 8시20분!

오전 시간을 꼬박 신경외과 병원에서 보냈다.

엑스레이 찍고, 초음파 찍고 나온 진료 결과는

왼쪽 어깨에 석회있는 부분에 염증이 심하단다.

젊은 의사'왈 어느 팔을 주로 많이 쓰냐는 물음에

낭군's가 선뜻 왼손잡이라고 답한다.

아낙은 양손을 다 사용해서 엄연히 양손잡이인데.

상관없이 구태여 물어보는 의사의

지나가는 물음이라 개의치 않다.

일주일분 처방전을 내주고,

연휴 끝나고 4일에 재방문하랜다.


음력 8월 13일 아낙의 생일..

바로 밑에 남동생이 배스킨라빈스 아이스케이크를 착하게도 기프티콘으로 보내줬다.

남원에서 울엄마 만나서

엄마 좋아하시는 동태탕식당에 들려 점심을 먹는데

식당에 들어서서 막! 주문을 끝내고 의자에

엉덩이를 붙혀 앉자마자 울엄마는

식당 여사님을 붙들고

"얼마요?"를 물으시길래 아낙이 식당에 들어서면서

이미 계산 끝냈다고 둘러대느라 진땀을 뺐다...히융.

세상에나! 벼룩을 간을 빼먹지!

울엄마 쌈지돈으로 사주시는 동태탕을 어찌 먹으랴...

아무리 아낙의 생일이어도 그렇지...

울엄마에게 막~~ 자랑을 했다.

"엄마!~ 강서방이 딸래미 위도 안좋고

소화기능이 안좋다고 해서

한의원에 가서 비싼 한약도 지어주고,

아침에는 내가 좋아하는 홍합미역국도 끓여줘서

한그릇 먹고 왔다고~~~~....."

요즘 울엄마는 입맛이 너무 없으셔서

평소 좋아하시던 걸 사드려도 못 드시니,

아낙의 맘대로 사드렸다가는 낭패를 볼수도 있어서

바로 울엄마 계좌로 용돈을 쏘아드렸다.

그런데 울엄마가 어깨 아픈 인생 반년을 넘게 산

딸래미 생일이라고 밑반찬 몇가지 해 놓으신거

바구니에 넣어 주시고 뜻밖에

아낙의 뒷주머니에 뭐를 쑤셔 넣어주시길래

손을 넣어봤더니 노오란 돈 몇장이 보인다.

설마... 울엄마가 통장 입출금 알림설정을

해놨을리도 없는데

어떻게 아낙이 송금해 드린 똑같은 금액의 돈을

뒷주머니에 쑤셔넣어 주셨을까.. 싶어 깜놀했다.

"아니었다!"

울엄마는 여러가지로 복잡한 마음이었던

아낙의 생일 날!

생일밥도 사 먹이고 싶고,

딸내미 용돈도 주시고 싶으셨나 보다.

울엄마집을 아낙이 마지막에 나오면서

엄마모자 밑에다가 주셨던 돈을 다시 넣어놨다.후유..

결국! 추석명절에 울엄마를 아낙의 집으로

모시고 가려했던 계획은 무산되고

눈물이 나오는 걸 지긋히 눌러대고는

온갖 일처리 끝내고 어쩌고 하면서

출발했던 시간이 오후 4시 넘었는데 어제부터

이번 금요일 추석날까지 병원 off였던 딸이

전화를 해서 묻는다.

"엄마~~ 할머니 아이스크림 좋아하셔?"

묻길래 할머니 못가신다 그래서

우리만 가고 있다고 전했더니,

딸이 서운해 하면서 할머니 오시면

파스타랑 신식 요리 몇가지 해 드릴라고

생각해 놨는데...한다.

에휴....... 할 말이 많아도 몇자만 끄적일란다..


그러면서 딸은 아낙이 원래 빵을 좋아하니

생크림케이크로 살까를 묻길래.. 그러라고 했다.

아낙의 생일이고 뭐고 다 귀찮아졌지만 꾹! 참고

"그래~~~" 대답했더니 알았다면서 좋아라 한다.

그래도 내게는 소중한 남편과 딸과 아들이 있어

행복함을 깊이 깨닫고 감사하며 살라는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위안을 줬다

난! 소중하다, 난! 참 소중하다.

오늘 나의 생일을 많이많이 축하해 주는 사람도 있고,

행복해 하는 사람도 있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라...충고를 한다.


집에 도착을 하니 애들이 이것저것 짐 풀어놓고

알아서 정리를 한다.

미소가 지어지면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 애기들이 언제 다 저렇게 다 컸을꼬...

어쩌면 저렇게 꽁냥꽁냥하면서 짐을 넣을 칸에 넣고,

척척 정리를 하고 있는 딸과 아들.

그러고는 저녁을 서둘러 먹고 치우고 해서

드디어 본격적인 생일 케이크에

딸이 큰 초 한개를 꽂아줬다.

딸이 센스있게 한개만 받아왔다고 한다 ㅎㅎㅎ


울려퍼지는 가족들의 생일축하 노래!

언제 들어도 좋은 생일축하 노래!

울엄마랑 같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아낙 생일이라고 아낙에게 파리바게뜨생크림케이크

컷팅식을 하라고 부추기는 딸.

아낙은 왼쪽어깨를 움직일 수가 없으니,

컷팅식을 하는 것처럼만 인증샷!!

하고 끝내자고 했다.

파리바게뜨생크림케이크 컷팅은 모두 딸이 도와줬다.


그래도 아낙은 행복하다.

울엄마도 멀리도 아니고 남원에 가까이 사시고.

언제고 날이 되시면 남원에 사는 막내 제부네가

당연스레 울엄마 모시고 아낙네로 놀러와서

있다 가니 좋다.

무릎관절이 너무나 안좋으셔서 어찌어찌

우여곡절 끝에 자식 여섯명이 모두 윗지방에 사니

내년 설에는 제사도 있고,

울엄마 생신날도 겹쳐서 오빠네로 올라가신다니

못난 딸내미가 맘속으로 위안을 얻는다.


딸이 파리바게뜨 박스안을 열어보라고 했다.

웬 황금빛노란금이 보인다.

순도 99.9% 골드바 1,000g!!~~~

대박이다 ㅎㅎㅎㅎ

울 딸과 아들이 아낙을 또! 이렇게 기분을

들었다놨다 한다 하하하하~~~~


명색이 골드바를 생애 처음 받아본다.


딸이 봉투를 열어보라고 채촉한다.

와우~~~~ 이게 다 뭣이여~~~~


아낙이 요즘 임플란트하려고 준비중이었는데

보태 쓰시라고 일백만원을 넣었단다.

또~! 이러면서 아낙을 들었다놨다~~~

나는 살면서 항상 감사해하지만,

항상 조그마한 것에도 감사해하지만,

티없이 맑게 자라준 순딩이 딸과 아들에게

더 감사함을 많이 느낀다.

무슨 돈이 있다고 이렇게나 많이 넣었을꼬....

감히 게눈 감추듯 금일봉을 먹을 수가 없어서

임플란트는 엄마가 알아서 할거니까.

이렇게 큰 돈은 못 받고

엄마~ 물사마귀 다섯개만 떼주고 끝내자고 했더니,

기어코 안된다는 깡다구의 1인자 딸과 아들!!


아낙이 가족복은 많나보다.

먹을복도 많고, 남편복도 많고, 자식복도 많고,

말년운은 더 좋댄다 ㅎㅎㅎㅎ

그거야 살아봐야 알겠지만

어제 저녁만으로도 모든 행복은

다 가진 기분으로 세상을 낚았다.

오늘 아침에는 울엄마와 길게 통화를 했다.

다음에 오빠네 못가실때는 꼭!

우리집으로 오시기로 약속하셨다.

난!! 세상에서 울엄마가 제일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젊어서는 친정아버지가 워낙에 키 크시고 약골에

평생 병치레를 하셔서 친정에서는 부유하게 사시다가

결혼시작으로 고생시작을 알렸으니,

울엄마가 얼마나 고생을 많이 하셨을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제는 먼저 가신 아버지 원망도 안한다.

아버지 평생 운이 그것밖에 안되었다는 것을

탓하는 수밖에.

그러니 말년에라도 울엄마가 무조건 행복한 날을

사셨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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